병원 : 인천 성모산부인과
출산일 : 2010.04.23 - 38주+4 (예정일 05.02)
아기 : 3.49kg / 51cm / 남아
촉진제 X 무통 O 자연분만 O
+ 생생한(?) 사건전달을 위해 평어를 사용하니 양해바랍니다 ^^;
4.22 - am 11:00
혈소판 수치 문제로 종합병원 행이 결정되기 일보 직전.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싹싹 빌어 인천 성모산부인과로 향했다. 나와 우리 여름이의 안전을 위해 종합병원을 고집하시는 어른들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하기 싫은 것이 있는 거다. 나는 나와 내 아들을 믿었고, 그 믿음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축복받아 마땅할 탄생인데 산모가 이렇게 싫어해서야 일이 제대로 될 턱이 있겠나. 엄마는 이런 천하의 고집불통 망나니야 -_-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셨고, 답변으로 나는 시큼한 미소를 돌려드렸다.
어젯밤 병원 홈페이지에 문의글을 남겼었고, 원장님이 긍정적 답변을 달아주신 것 하나만 믿고. 인생? 대차게 가는거다.
아들아, 네 엄마가 이렇게 무모용감하단다. 엄마를 찬양해 보아라.
사전정보로 알고는 있었지만, 병원의 아담함에 식은땀이 흘렀다. 과연 이래서야 종합병원을 거세게 주장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하는 위기의식이 들었다....만, 원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엄마가 홀랑 넘어가셨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산을 돌파했으니 무사히 출산할 수 있겠지.
내진을 제대로 받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통각이 둔한 나로서도 '?!?!?'한 느낌이 자궁입구에서 느껴졌다. 찔러 쑤시는 건 원래 그러려니 하는데 그 회전(?)은 뭔가염 선생님... 좀 걷기 힘든데;라고 생각하며 옷을 입고 있으려니, 밖에서 엄니와 신랑에게 원장님이 설명하시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말 쯤 출산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손 좀 썼습니다 ^ㅂ^" ...어쩐지 뭔가 아픈 것 같기도 하더라; 애가 꽤 크니 주말에 진통이 오지 않는다면 26일(월)에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다. 유도분만의 악명(...)은 종합병원의 악명(.....)만큼 잘 들어둔지라 어지간하면 그런 사태가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원장실을 나섰다.
어제 일곱앰플이나 피를 뽑았다만, 그래도 혈소판 수치 검사한다고 피를 또 뽑아야 했다. 수치가 낮으면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건 말건 이젠 성모자애병원 외엔 길이 없다. 여기서 무사히 출산하면 세례 받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몹시 좋아하셨다.

4.22 - pm 2:30
병원 들렸다 오느라 점심이 좀 늦었다. 엄마가 김밥을 말씀하시길래 김밥 콜!하며 김밥XX으로 향해 김밥 2줄과 잔치국수 한 그릇을 셋이 나누어 먹었다.
배가 뭉치는 것 같기도 하고 허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해서 이놈의 가진통-을 외치며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기로 했다. (원래 아프면 자는 사람이다)
4.22 - pm 4:30
어슴푸레한 잠결에 그것이 들려왔다.
퍽
...뚝인지 퍽인지 명백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 터지거나 탄력있는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 뭣이여-라고 생각하며 마저 자려다 생각해보니, 그게 들린 게 아무래도 내 치골 쪽인 것 같아서 잠이 삭 가시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그때부터, 대체 내가 왜 깼지;; 싶을 정도의 아픈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누누히 말하지만 통각에 둔한 나다. 근데 이건 아팠다. 그것도 기분나쁘게 아팠다.
신랑이 시간을 잰다. 4~5분마다 아픈데, 아랫배와 윗배 양쪽이 쫄깃하게 아프다. 엄마가 진진통은 허리가 아픈 거라고 했으니 이것은 분명 가진통이렷다? 게다가 며칠간 가진통에 마리오네트처럼 놀아난 우리 부부였던지라 절박함의 절 자도 와닿지 않더라. 그래서 자고로 아프면 뭔가 먹는 것이 진리인지라 뭘 먹어야겠군-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평소보다 좀더 새는 듯한 느낌이 아래에서 느껴졌다. 게다가 가진통도 안 멈춰. 엄마에게 연락을 취하고, 대충 주섬주섬 챙긴 다음 일단 옆집인 친정으로 건너갔다.
친정에서도 가진통이 멎지 않는다. 게다가 며칠 전에 봤던 이슬님이 재래하시는구나- 이것이 말로만 듣던 내진혈인갑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산부인과에 콜 요청. 결국 낮에 방문하고도 밤에 병원을 다시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4.22 - pm 6:20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후 더 필요한 준비물이 있을 때 아부지나 동생이 가지고 오게 하기 위해서-라는 엄마의 근엄한 결정에 따라 차는 친정에. 택시 기사분(아파트 아랫집 아저씨셨다;)과 만담을 하며 가고 있는데 분비물 양이 급증했다. 양수가 터진 게 아닌가 의심하며 수건을 깔고 앉아 가진통을 즐기는 센스를 발휘해보았다.
4.22 - pm 7:00
원장님의 명언이 있다.
"주말 쯤 나오라고 손을 쓴 거지 벌써 나와줄 필요는 없는데;;"
...양수가 터진 게 맞다고; (덧붙여 진진통이라고!;;) 엄니가 나를 속였구나. 진진통은 허리로 하는 거라며! 여전히 아랫배 등등이 아프지, 허리는 아플 기미가 없다. 가진통이 허리로 하는 거고, 진진통은 배로 하는 모양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분만실 등등이 존재하는 2층으로 향했다.
4.22 - pm 7:30
간호사실 뒷쪽의 대기실에서 개나리색 산모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여러가지 병원 준비물을 받고, 손목에 링겔을 장착했다. 기저귀 급의 산모용 패드와 아래 벨크로가 달린(...) 내진용 팬티도 받아 장착했다. 사전 지식(?)에 의하면 대략 1시간에 한 번씩 내진이 있겠지... 별로 달갑지는 않도다. 원래 1cm 열려 있던 자궁경부는 여전히 1cm. 배에 붙인 태동 검사기에 의하면 우리 아들은 무사히 잘 있고, 자궁은 3~4분 간격으로 수축중이라고.
간호사가 무통을 맞을 거냐고 미리 물어본다. 나는 히죽 웃으며 "견뎌볼려구요 ^ㅂ^"라고 했다. 간호사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맞는 게 좋을 거라면서 사라졌다.
4.22 - pm 9:00
나는 통각에 둔한 몸이다- 어느 정도냐면, 피가 날 정도의 상처를 입어도 한참 후에 알아차리거나 멍이 들어도 며칠 후에 알아차릴 정도? (여기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것은 다음 기회로...)

아무리 통각에 둔하다고 해도 아픈 자리가 계속 아프면 당연히 아프지...
내가 이렇게 불쾌해하고 있는데 신랑은 남는 건 사진 뿐이라며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어이 -_-;;

..................라고 생각했지만 무통을 너무 일찍부터 맞으면 진행이 느려진다고, 놔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앓는 짐승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4.22 - pm 10:00
아팠다가 말았다가. 정신이 멀-리 가고 있는 와중에 간호사가 무통 준비되었다고 부르더라. 앗싸!를 속으로 외치며 수술실로 향했다. 경막외시술이라 아플 거라던 사람 누구냐- 하나도 안 아프던데. 허리쪽 척추에 선을 연결해서 등에 반창고로 고정한 다음 어깨 위로 돌려 가슴에 닿기 직전 자리에 반창고로 고정시키고 마무리. 근데 이게 끝? 다른 수술에서 맞았던 무통 때는 뭔가 병같은 걸 달아줬었는데? 간호사에게 질문하자 아까 들었던 대답을 그대로 해 주더라.
음험한 얼굴로 구토를 시작했다. 생리통 심할 때 토해본 적이 2번 있었다는 사실이 막 스쳐지나갔다. 건더기 없는 토사물에서 잔치국수 국물 냄새가 났다. 몹시 슬퍼졌다. ...남들은 애 낳기 전 최후의 만찬이 삼겹살이라던데, 김밥과 잔치국수라니, 김밥과 잔치국수라니!!!
억울해서 이대로 출산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앓았다. 무통을 안 놔주면 먹게라도 해 줘...
4.23 - am 0:00
어지간히 진행이 안 되고 있는 모양인지, 무통 연결 비슷한 것도 안 해 줄 생각인 듯. 같이 입원한 사람들의 진행 그래프를 보면서 앓았다. 엄마가 신랑에게 쟈 엄살이 팔단이라고 신경쓰지 말고 자라고 했다. 신랑은 슬픈 얼굴로 나를 쳐다봐 준 후,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엄마가 어이없어했다는 얘기는 신랑의 명예를 위해 하지 않겠다.
간호사는 양수도 이렇게 빠져나가고 있는데 구토까지 하면 아기가 뱃속에서 힘들어 한다고 기력을 소진한 내게 계속 물을 마셔야 한다고 권유했다. 구토에 집중 중인데 무슨 물이야 ㅜㅜ
그래도 마신다.
그리고 토했다.
또 마시고
또 토했다
관장이고 제모고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몹시 슬프다. 3cm 열렸다고 그러던가- 6시간 가까이 지났지 싶은데, 고작 진행 정도는 2cm. 아들은 어디에 와 있는 건지, 이젠 배 뿐만이 아니고 허리 쪽도 아프고, 직장이 쫄깃하게 땡기면서 변 마려운 것처럼 오묘한 장소가 아프다. 화장실에 가서 힘을 줘 봤지만 나오는 건 없고 아프기만 더 아팠다.
그 와중에 또 구토. 급한 김 화장실 휴지통을 끌어와 토했다. 휴지가 방방히 쌓여 소복하던 휴지통이 삽시간에 납작해졌다. (그 와중에 그게 웃기고 OTL)
누런 얼굴로 구토하러 돌아다니고 있으니, 지나가던 원장님이 보고 몹시 안쓰러운 얼굴로 한 마디 하셨다.
"토할 만큼 아프진 않을텐데?;"
...죄송염. 하지만 타인의 통증을 수치로 재단하진 말아주세염. 전 토할 정도로 아파염.
진행이 느려져도 할 수 없다며 원장님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모르핀 50cc를 처방해 주셨다. 무통의 정체는 모르핀이었던 모양;
이 뒤부터는 마법적으로 편안해졌다. 엄마와 대화하다가 졸다가를 무한 반복. 가끔씩 내진도 당한 것 같으나, 조느라 바빠서 또렷하게는 기억하지 못한다.
4.23 - am 4:00
무통 주사는 무통 주사가 아니다. 감통 주사지. 자다가 진통이 오면 깨서 앓는 소리를 했다가, 진통이 사라지면 다시 잤다가. 이쯤 되니
운이 워낙 좋은 모양인지- 무통+수면 크리티컬에도 불구하고 진행은 은근히 잘 되고 있어서 자궁경부가 착착 소실되어 가고 있더라. 분만실의 변신 침대로 이동당했다. 분만실 조명은 전반적으로 좀 붉은 편이고, 분위기는 대기실보다 좀더 따사롭더라. 클래식과 CHAMP 채널의 조화(.........)가 인상깊었다. (어차피 진통하느라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이번 내진은 원장님이 해 주셨는데, 원장님께서 "보기보다는 골반이 좋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름 뿌듯(?)해하며 나중에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니께선 독설가의 명성에 걸맞게 한 말씀 해 주셨다.
"보기보다는 골반이 좁네요-겠지 (피식)"
4.23 - am 5:30
자궁이 6cm 열렸는데도 애가 별로 내려오지 않았다며 간호사가 날 깨웠다. 애가 쉽게 내려오도록 쪼그리고 앉거나 걸어다니라 한다. 일단 일어난 기념으로 구토를 한 번. ...자다 깬 중간중간 마신 물들을 다 토해냈다. (...) 태아를 위해 마신 물인데, 어째 하나도 흡수가 안 되었던 모양. 미안 아들- 이런 엄마라;;

한 시간 동안 복도를 배회하는 동안, 존 것이 반절이요 깬 것이 반절이라.

4.23 - am 6:30
한 시간 남짓 걸어다녔는데도 아들은 아래로 내려와주지 않았다. 내진 후 원장님이 간호사를 불러 힘을 줘서 내려보내는 방법으로 시도해보자고 했다. 신랑과 엄마가 방 밖으로 내보내지고, 침대가 변신을 시작했다. 저건 뭐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리 지지대가 되었고, 옆엔 없던 손잡이가 생겼다. 변신이 종료되자 안 그래도 팔 짧아 힘든 내게 그 위에 누워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해 보라더라. 자세를 취하고 있자니 다리가 다 뻐근했다. 그래도 이제 출산하고 잘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더라. ...나란 여자... (1)
몸이 부을 대로 부어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소변줄을 꽂아 소변을 빼낸 후 힘 주는 연습을 했다. 관장이나 제모는 여기선 원래 안 하는 모양이었다. 변이 나오건 말건 변보는 자세와 변 보는 위치로 밀어내듯이 힘을 주라고 하는데, 그게 은근히 힘들더라. 숨을 3초 정도 들이마쉰 후, 20을 세면서 힘을 주라는데 - 나 천식 있어요. 폐활량 적다구요 ㅜㅜㅜㅜ 애기는 더 힘든데 엄마가 열성적이지 못하다고 격한 구박을 받았다.
숨만 참으면 정신줄이 날아가는데 뭘 어쩌라는 건지. 팔도 짧은데 그 먼 손잡이는 왜 잡으란 건지. 과연 이 자세를 취한다고 내가 힘을 잘 줄 수는 있을지. 꼴랑 10분 한 것 같은데 왜 벌써 다리가 저려오는지.
그리고 그놈의 내진은 꼭 내가 힘줄 때마다 해야 하는지.
진통보다 나의 그분(?)이 더 아파. 아파요. 아픕니다. 그만 쑤셔주세요-라고 차마 말할 수도 없고. 이 느낌은 자궁 경부를 팍팍 벌려주는 듯한 느낌인 것 같은데, 내 입구 좀 더 소중히(??) 다뤄주실 수 없나요. 그거 일회용 아니거든요? 재기불능으로 만들 셈이냐!!!!!!!!!
진통이 올 때마다 3~5초 정도 숨을 들이마신 후, 숨을 20초 정도 참으면서 밀어내기를 세 판쯤 하고, 1~2초 정도 숨을 빨리 내쉰 후 곧장 저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한다. 나는 분명 열심히 힘을 주고 있는데 간호사는 산모가 왜 이렇게 힘을 못 주냐고 구박하고, 그 구박의 억하심정이 실린 듯한 (때마다 잊지 않고 쑤셔주시는 ^ㅁ^) 간호사님의 아름다운 손길 ^ㅁ^ 그리고 점점 재기불능의 감각만 전해지는 탱탱 부은 듯한 나의 그분(?)---
...나중엔 진통이 와도 안 온 척 눈 굴리며 숨만 쉬고 있었다는 얘기를 이제 와서야 몰래 한다. (진통 2~3번당 한 번 정도만 힘을 준 나;) ....................나란 여자..... (2)
그리고 그렇게 진통을 숨기면서 나는, 저건 다 엄살이야 -_-라는 엄마 말씀을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4.23 - am 7:30
열성적인(...) 산모 탓에, 거진 다 열린 자궁에도 태아는 여전히 별로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원장님은 저녁 쯤 애가 나오려나 보지-라고 평가하셨다. 하지만 엄마의 이 쇼에 아들이 고생하고 있었을 줄은 OTL
태아의 심박은 보통 120~150선. 그리고 분당 100 아래로 떨어지면 위급상황이라 평가한다.
......아들의 심박수가 70선으로 떨어졌다.
원장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뭔가 지시하자 밖에서 알 수 없는 가스통 같은 게 들어오더라. 들어오는 걸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내겐 산소마스크가 씌워졌다. 제가 지금 기력이 쇠진해서 그렇지 산소가 부족한 것 같진 않거든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으랜다. 했다. 마스크는 너무 컸다. 내가 마스크를 직접 잡아 얼굴에 들이대고,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6번 토했다. 토하고 양치질 안했다. 뱉은 다음 들이마실 때마다 지옥에서 갓 올라온 것 같은 내 입냄새에 오히려 산소가 더 부족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도 요령 피울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진통이라고 느껴지는 때마다 열심히 힘을 줬다. 나는 열심히 힘을 주고 있는데, 의료진 전부가 더 힘을 주라고 한다 OTL 더 이상 뭘 어떻게 주라는거야 ㅜㅜㅜㅜ 싶을 때 뭔가 생소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엉덩이 쪽으로 뜨끈-한 것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 나더라.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회음부 절개구나. 아프다거나 아무 느낌이 없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뜨끈-한 것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 계속 나는데, 이 뜨끈한 것의 정체가 내 피렷다?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상당히 찝찝해졌다. 덕분에 하반신에 집중하긴 훨씬 더 수월했다 -_-;
내가 그렇게 사소한 것에 신경쓰고 있는 사이 사태는 더 심각해진 모양.
아까 들어온 뭔가 이상한 가스통 같은 것이 침대 옆에 배치되었고, 분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세 번인가, 그렇게 힘을 주는 동안 자궁 입구 쪽에서 뭔가 뽑히는 듯한 되게 오묘한 느낌이 들더니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마치 탈장된 것처럼 무언가 아래에 매달려 있다는 느낌이 나면서 철퍽-하고 어느새 풀어헤쳐진 내 배 윗쪽으로 무언가 올려진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보라색이 살짝 도는 푸르딩딩한 발 두 개, 그 위로 한 뼘이나 될까 싶은 푸르딩딩한 다리, 그리고 톤 다운된 색의 엉덩이와 아들의.......
.
.
.
.
.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거시기.
거시기.
왜 하필 거시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전히 내 아래에 뭔가 쫄깃한(...) 것이 매달려 있는 느낌이 나는 가운데 뭔가 비현실적으로 올려져 있는 아들의 하반신을 보면서 나는 물었다.
"얼굴 쪽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원장님이 대답하시더라.
"처치 끝나면 보여드릴게요;"
...원장님이 탯줄은 원래 아빠가 잘라야 하는 건데, 지금 좀 급해서 직접 자르신다고 하며 내 눈앞에서 탯줄을 집게로 찝은 후 자르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 사이에도 간호사들 등등은 아기에게서 양수 빼고 문지르고 하는 등의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그 다음 아들을 거꾸로 들어서 등을 찰싹찰싹 다섯 번 정도를 때리는데, 아들이 울지 않았다. 밖에서 듣고 계시던 엄마는 내가 기절해서 정신차리라고 나를 때리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엄마가 나를 낳을 때 그러셨거든- 문제는, 안의 상황은 반대였다는 것. 엄니, 미안. 기절한 건 내가 아니고 외손주여;;
아기가 울지 않자 애를 분만실 저쪽으로 데려가는데, 여전히 내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사태가 심각하구나, 싶었던 나란 여자.........(3) 저쪽에서도 아들은 한 다섯 대 쯤 맞았다. 그제서야 서러운지 힝애-힝애-하고 약하게 울더라. 울기 시작하니 다시 양수 빼고 뭐 하고 뭐 하고.
"아빠 들어오세요-"
신랑이 얼 빠진 얼굴로 들어오고 엄마가 멀쩡한 얼굴로 들어오길래 씨익 하고 상한(?) 미소를 지었지만 것은 생각만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가 무슨 표정이었을지는 나도 모른다;) 두 사람이 뭔가 어설프게 아들을 씻기는 걸 근엄하게 보면서 참 아들이 힘 없이 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거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안 아들 ㅜㅜ 여러모로 미안하구나 이런 엄마라서! OTL
진통도 아들이 다 겪고, 생사의 고비도 아들이 다 넘고, 기절도 아들이 다 하고.
효자라면 나름 효자다. 벚꽃 보고 낳겠다고 악악 거렸더니 결국 벚꽃 핀 후에 태어났다. 예정일에 나오면 내가 힘들까봐 10일이나 일찍(그래도 3.49kg ...OTL) 나와주었다. 가진통 대차게 해서 자궁도 꽤 일찍 열어주었고, 초산인데도 15시간만에 나와주었다.
4월 23일, 7시 41분. 범의 해 용의 달 토끼의 날 용의 시에 태어난 우리 선우 >ㅁ<
...이후 분만 3기에 해당하는 각종 후처치가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원장님과 나의 대화로 당시 상황을 대신한다.
"어째 뭐든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네요;"
...태반을 잡아 댕겨보았으나 절대로 나오지 않으려 하는 태반에 질린 원장님 말씀. (내가 힘 줘서 밀어내도, 역시 안 나왔다;)
"좀 재워드릴까요?"
난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씀드렸다.
"절대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3cc 투여하라는 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뿌듯한 마음으로 기절(?)한 나. ...태반 배출이 그렇게 시원(?)하다는 평을 들었었지만 시원이 중요하냐, 자는 게 중요하지;;
......그리고 난 3시간 정도 더 지나서야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OTL
이렇게 기자목의 출산기 끝! [終]


최근 덧글